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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기리고 리뷰 (YA 호러, 설정의 완성도, 오컬트)

by meowlab 2026. 4. 24.

기리고 포스터


 저는 귀신 나오는 공포물은 거의 안 봅니다. 좀비물은 꽤 즐기는 편인데, 귀신 장르는 포스터만 봐도 심장이 쪼그라들어서요. 그런데 기리고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도 딱 그 느낌이 들어서 한동안 미뤘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판단이 틀렸다는 걸 시청 후에 바로 알게 됐습니다.

 

📺 개봉 : 2026. 04. 24

🕙 편성 : 한국 · 8부작

🔗 장르 : 호러

🌞 출연진 : 전소영, 강미나, 백선호, 현우석, 이효제

 

YA 호러 : 왜 다른가?

 YA 호러(Young Adult Horror)란 10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그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과 상황을 공포의 중심에 놓는 장르입니다. 쉽게 말해 귀신보다 관계의 붕괴, 욕망의 대가, 또래 집단 안의 압박감이 공포의 핵심 동력이 되는 방식입니다.

 기리고는 한국 최초의 YA 호러 시리즈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꽤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봅니다. 국내 OTT 장르물 시장에서 좀비물과 범죄 스릴러가 반복되는 동안, 10대의 감정선을 전면에 세운 호러가 없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으니까요.

 직접 겪어보니, 이 드라마가 무서운 방식이 제가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귀신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점프 스케어(Jump Scare), 즉 관객을 순간적인 자극으로 놀라게 하는 연출 방식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대신 평소에 알고 지내던 친구가 무너지는 장면, 교실이라는 공간이 서서히 공포로 물드는 과정이 훨씬 섬뜩하게 다가옵니다. 예고편에서 형욱이 커터칼을 들고 새아에게 달려드는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저는 그 한 컷으로 이 드라마의 결이 보였습니다.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 무기가 되는 공포였으니까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4년 OTT 장르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10대와 20대 초반 시청자 사이에서 공포·스릴러 장르 소비가 전년 대비 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이 흐름 안에서 기리고가 나온 시점이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정의 완성도 : 소원 앱과 디지털 저주

 기리고의 핵심 설정은 소원을 이루어주는 앱입니다. 사용자가 소원을 담은 영상을 올리면 그 소원이 실제로 이루어지는데, 동시에 죽음을 예고하는 타이머가 시작됩니다. 이 구조를 장르 문법으로 표현하면 데스 플래그(Death Flag)와 맞닿아 있습니다. 데스 플래그란 이야기 안에서 특정 인물의 죽음을 예고하는 복선이나 장치를 뜻하는 개념으로, 기리고는 이걸 앱이라는 현실적인 도구와 결합시킨 것입니다.

 제가 이 설정에서 가장 날카롭다고 느낀 지점은 욕망의 현실성입니다. 성적, 외모, 관계, 인정받고 싶은 마음. 어른들 눈에는 사소해 보여도 10대한테는 전부인 것들이잖아요. 기리고는 바로 그 절박함이 얼마나 위험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공포의 형태로 보여줍니다.

캐릭터 구성도 이 주제를 잘 받쳐줍니다. 기리고의 주요 관전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소원 앱이 어떤 규칙으로 죽음의 저주로 이어지는지, 그 내부 논리를 따라가는 재미
  • 새하, 나리, 건우, 하주, 형욱 다섯 친구의 관계가 어디까지 무너지는지 보는 재미
  • 학교 공포에서 시작해 전소니, 노재원이 맡은 햇살과 방울 캐릭터가 붙으면서 오컬트 미스터리로 확장되는 재미

하주처럼 코딩으로 앱의 구조 자체를 파고드는 인물이 있다는 설정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공포를 정면으로 부딪히는 캐릭터만큼이나, 그것을 논리적으로 해체하려는 캐릭터가 함께 있어야 이야기가 더 단단해지거든요. 제 경험상 이 균형이 깨진 공포물은 중반부터 급격히 힘을 잃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솔직한 감상 : 연출 방식과 아쉬움

 시청 후에 제가 가장 강하게 남은 건 연출 방식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POV(Point of View) 촬영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POV 기법이란 카메라가 특정 인물의 시선을 직접 따라가며 관객이 그 인물과 동일한 시야를 공유하게 만드는 촬영 방식입니다. 덕분에 화면 밖에서 구경하는 느낌보다 복도에 같이 서 있고, 교실 안에서 같이 숨 막히는 감각이 훨씬 강하게 살아납니다.

 그러면서도 아쉬운 부분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교차 편집이 중반부에 빈번하게 등장하면서 서사 흐름이 끊기는 구간이 있었고, 일부 설정은 개연성보다 우연에 기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초반에 깔아둔 복선들을 결말에서 회수하는 방식도 다소 급하게 마무리된 인상이 남았습니다.

 내러티브 구조(Narrative Structure), 즉 이야기가 쌓이고 해소되는 방식을 좀 더 친절하게 다듬었다면 작품이 가진 주제의 무게가 훨씬 선명하게 전달됐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솔직히 남습니다. 그럼에도 서정적인 영상미와 몽환적인 분위기로 감정을 시각화하는 연출력은, 제가 최근 본 한국 드라마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성취였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 비평 플랫폼 씨네21의 장르물 분석 칼럼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 대상 호러 콘텐츠는 지금까지 극장 단편 중심으로만 제한적으로 소비되어 왔으며, OTT 시리즈 형식의 YA 호러는 기리고가 사실상 첫 시도에 해당한다고 평가됩니다(출처: 씨네21).

 귀신 공포가 무섭다는 이유로 미뤄두셨던 분들이라면, 기리고는 그 기준으로 판단하기엔 결이 다른 작품입니다. 공포를 좋아하는 분들은 물론이고, 하이틴 드라마를 즐기는 분들도 충분히 진입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저처럼 포스터만 보고 지레 겁먹어 미루고 있다면, 첫 화만 한 번 눌러보시는 걸 권합니다. 첫 화가 제일 중요하다는 건 공포물에서 특히 사실이고, 기리고의 첫인상은 충분히 강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9Pg_S-p4V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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