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1 방영 당시, 솔직히 저는 별 기대를 안 했습니다. 수십 년 된 캐릭터를 꺼내 스핀오프를 만든다는 발표가 나왔을 때부터 "또 이런 거?"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그 선입견이 산산조각 났고, 시즌 2 파트 1을 보고 난 지금은 또 다른 의미로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확장된 세계관 : 기대만큼 신선했나?
일반적으로 시즌 2는 시즌 1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반복하거나, 아니면 세계관을 무리하게 확장해 산만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웬즈데이 시즌 2는 어느 쪽이었을까요. 제가 직접 파트 1 전체를 보고 난 솔직한 감상은, 두 가지가 절반씩 섞인 결과물이었다는 겁니다.
네버모어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돌아갔던 시즌 1과 달리, 이번 시즌은 공간적·인물적 확장을 본격적으로 시도합니다. 퍽슬리의 입학, 모르티시아 부부의 학교 상주, 페스터 삼촌의 복귀까지 아담스 패밀리 전체가 네버모어 안으로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 변화를 저는 처음에 조금 불안하게 봤습니다. 웬즈데이 혼자서 이끌어가던 냉소적인 1인극 같은 에너지가 희석될 것 같았거든요.
여기서 스핀오프(Spin-off)란 기존 작품에 등장했던 캐릭터나 세계관을 바탕으로 독립적인 이야기를 구성하는 파생 콘텐츠 형식을 말합니다. 원작에 대한 이해 없이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스핀오프의 기본 조건인데, 웬즈데이 시즌 2는 이 부분에서 꽤 균형을 잡은 편입니다.
팀 버튼 특유의 미장센은 이번 시즌에서도 건재합니다.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된 배우, 소품, 조명, 구도 등 시각적 요소 전체를 가리키는 영화·드라마 연출 용어입니다. 까마귀 떼의 습격으로 시작되는 첫 살인 사건, 두 눈이 뽑힌 채 발견된 탐정의 시신, 음침하고 정교하게 꾸며진 학교 건물들이 이번에도 팀 버튼 세계 특유의 기이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냅니다. 제작비 대부분이 의상과 세트에 쏠렸을 게 눈에 보일 정도였고, 그 부분만큼은 솔직히 감탄이 나왔습니다.
시즌 2 파트 1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담스 패밀리 전체가 네버모어 아카데미 안으로 들어오며 서사가 대폭 확장됨
- 새 교장 역의 스티브 부세미, 교수 역의 크리스토퍼 로이드 등 레전드 배우들이 합류
- 기존 기부금 스폰서 이탈이라는 현실적 설정으로 새 전환점을 마련
- 까마귀 떼 살인 사건이 메인 미스터리로 파트 1 전체를 관통
아담스 패밀리 : 보조선이 아닌 주연급으로
이 부분이 시즌 2를 보는 사람마다 평가가 갈릴 것 같다고 예상했고, 실제로 그런 반응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웬즈데이의 분량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게 체감될 정도로, 이번 시즌은 가족 앙상블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모르티시아는 모금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학교에 상주하면서 딸과 끊임없이 충돌합니다. 어머니로서의 간섭이라 볼 수도 있지만, 웬즈데이 시각에서는 통제에 가깝게 느껴지는 갈등이 시즌 내내 반복됩니다. 제 경험상 이런 모녀 갈등 구도는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데, 모르티시아 자신도 외할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고 실종된 동생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얽혀 있어서 단순한 갈등 이상의 레이어를 가집니다.
퍽슬리는 전기를 다루는 능력을 각성한 채로 네버모어에 입학하는데, 웬즈데이가 동생을 신경 쓰는 방식이 특유의 무심함 속에 미묘하게 담겨 있어서 좋았습니다. 직접적으로 챙기는 장면보다는 행동에서 슬쩍 드러나는 방식이라, 시즌 1부터 웬즈데이를 좋아했던 분이라면 이 디테일이 반가울 겁니다.
크로스커팅(Cross-cutting) 편집 기법도 인상적으로 활용됩니다. 크로스커팅이란 서로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사건을 번갈아 편집하여 보여주는 기법으로, 긴장감을 배가시킬 때 자주 쓰입니다. 웬즈데이가 프로코피예프의 격정적인 곡을 연주하는 동안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교차로 비춰지는 장면은, 앞으로 펼쳐질 사건들을 예고하는 또 하나의 예고편처럼 작동해 실제로 소름이 돋았습니다.
씽이 데리고 다니는 좀비도, 음악 선생도, 교장 스티브 부세미도 그냥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메인 사건과 크고 작게 연결되는 구조라 산만함이 생각보다 덜합니다. 개별 캐릭터들이 웬즈데이를 축으로 엮이기 때문에 집중력을 잃지 않고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여러 인물을 굴리는 드라마 구성을 앙상블 내러티브(Ensemble Narrative)라고 하는데, 하나의 강력한 주인공 중심의 단선 서사에서 벗어나 여러 인물이 공동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입니다.
파트2 기대 : 타일러와 비앙카 어머니의 교차점
파트 1의 마지막은 타일러의 정신병원 탈출이라는 사건으로 마무리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직 파트 1에서 메인 미스터리가 나름 정리됐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불씨를 동시에 던지는 방식이라 파트 2까지 관심의 끈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여기서 제가 가장 궁금한 건 타일러와 비앙카 어머니의 서사가 어떻게 교차될 것이냐입니다. 타일러 단독으로 웬즈데이와 재대결하는 구성이라면, 이미 한 번 본 그림의 재연이라 신선함이 반감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비앙카 어머니가 얽힌 더 큰 음모가 배경에 있다면, 타일러는 그 음모의 도구로 기능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라인이 따로 노는 구성보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수렴하는 방식이어야 시즌 2 전체의 일관성이 살아날 것 같습니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우려도 있습니다. 너무 많은 떡밥을 파트 1에서 뿌려놓은 탓에, 파트 2가 회수에만 급급해 완결감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거입니다. 웬즈데이 시즌 1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주인공이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미스터리가 하나씩 풀리는 쾌감에 있었는데, 시즌 2 파트 2에서는 그 밀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넷플릭스가 시즌 3 제작을 이미 검토 중이라는 점도, 파트 2에서 모든 이야기를 깔끔하게 매듭짓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높입니다 [출처: Variety]
스트리밍 드라마의 에피소드를 두 파트로 나눠 공개하는 방식은 최근 넷플릭스가 자주 사용하는 전략인데, 이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엇갈립니다. 2024년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파트 1에서 서사의 완결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혹평을 받았던 것과 달리, 웬즈데이 시즌 2 파트 1은 메인 사건을 일단 마무리하면서 동시에 새 불씨를 남기는 방식으로 그나마 균형을 잡은 편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팀 버튼이 웬즈데이라는 캐릭터의 날카로움을 다시 전면으로 끌어올릴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확장된 세계관과 아담스 패밀리의 존재감은 좋은 변화였지만, 웬즈데이의 독설과 냉정한 추리 본능이 중심에 있어야 이 드라마다운 맛이 살아난다고 생각합니다. 파트 2에서 흩어진 이야기들이 웬즈데이를 축으로 강하게 응집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