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OTT에서 뭘 봐야 할지 고민하고 계신가요? 저도 최근까지 그랬습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를 오가며 스릴러 하나 제대로 된 걸 찾다가 결국 디즈니+의 '클라이맥스'를 정주행했습니다. 주지훈과 하지원의 조합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막상 보니 예상보다 훨씬 더 강렬한 작품이었습니다. 정치, 재벌, 연예계가 뒤얽힌 권력 게임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배신을 파고드는 이 드라마는,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차별점
클라이맥스는 단순한 범죄 드라마가 아닙니다. 정치 스릴러(Political Thriller)란 정치적 음모, 권력 다툼, 부패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서사 장르를 뜻하는데, 이 작품은 그 정의에 정확히 부합합니다. 흑수저 검사 방태섭(주지훈)이 권력의 정점을 향해 올라가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정치인, 재벌, 연예계 실세들과의 대결 구도는 마치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등장인물들이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방태섭은 정의를 위해 싸우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 아내마저 이용합니다. 탑배우 추상아(하지원) 역시 피해자인 듯하지만, 과거 접대 피해 경험을 숨기며 후배를 같은 길로 내모는 모순을 보입니다. 이처럼 복잡한 인물 설정은 단순한 권선징악 구조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몰입감을 높였습니다.
또한 이 드라마는 실제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를 적나라하게 반영합니다. 정치인과 재벌, 연예 기획사가 뒷거래로 연결되어 있고, 검찰 내부마저 줄 서기와 비리로 얼룩져 있는 모습은 뉴스에서 봤던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도 이 작품을 19세 이상 관람가로 분류했는데, 노골적인 권력 비리와 성 접대 묘사가 그만큼 사실적이기 때문입니다.
배우케미 : 주지훈과 하지원
솔직히 저는 주지훈을 그동안 좀 과소평가했던 것 같습니다. '궁'이나 '킹덤'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클라이맥스에서 보여준 방태섭 캐릭터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었습니다. 권력에 굶주린 듯 날카로운 눈빛, 아내 앞에서만 보이는 미세한 불안감, 그리고 정치인들 앞에서 광대처럼 비굴해지는 모습까지, 한 인물의 다층적인 면모를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하지원은 말할 것도 없이 베테랑답게 안정적이었습니다. 탑스타로서의 우아함과 과거 접대 피해자로서의 상처, 그리고 후배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이 겹쳐진 추상아 역할을 완벽히 소화했습니다. 특히 후배 배우 배윤성이 접대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무너지는 장면은 대사 없이도 그 고통이 느껴질 정도로 압권이었습니다.
두 배우의 관계 역시 단순한 부부 관계를 넘어섭니다. 방태섭은 추상아를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출세를 위한 도구로 여기고, 추상아는 남편을 믿으면서도 자신의 비밀을 철저히 숨깁니다. 이런 긴장감 넘치는 관계 설정은 드라마 전체를 끌고 가는 핵심 축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두 사람 모두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라는 점에서, 이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미드 스타일 연출 : 몰입도 높은 전개
클라이맥스를 보면서 계속 미드를 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빠른 장면 전환, 긴장감을 높이는 배경음악, 그리고 한 회가 끝날 때마다 남기는 강렬한 클리프행어(Cliffhanger) 기법은 완전히 미드 공식을 따르고 있었습니다. 클리프행어란 이야기 전개 중 가장 긴장감이 높아지는 순간에 끊어 다음 회를 기대하게 만드는 서사 기법을 의미하는데, 이 드라마는 매 회차마다 이 기법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제가 평소 좋아하는 좀비물이나 미드와 비교해보면, 클라이맥스는 직접적인 액션이나 공포 요소는 적지만 심리적 긴장감은 오히려 더 강했습니다. 예를 들어 방태섭이 WR 호텔에 침입해 접대 현장을 몰래 촬영하는 장면은, 좀비에게 쫓기는 것보다 더 숨이 막히는 긴박함을 주었습니다. 들키면 바로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수 있다는 현실적 위협이 오히려 더 무서웠던 것이죠.
- 한 회당 러닝타임이 약 50분으로, 집중력을 유지하기에 적절한 길이였습니다.
- 매 회차마다 최소 2개 이상의 반전이 등장해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 정치인 남의운, 재벌 이양미, 검사 방태섭의 3자 구도가 계속 뒤바뀌며 긴장감을 유지했습니다.
-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편집 방식으로 인물의 동기를 자연스럽게 설명했습니다.
다만 연출이 지나치게 빠른 나머지, 일부 장면에서는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추상아가 과거 피해 사실을 숨기는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초반에는 캐릭터 행동이 다소 이해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회차가 진행되면서 점차 그 이유가 밝혀지는 구조였기에, 결국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개연성 논란 : 과도한 반전, 아쉬운 부분들
이 드라마가 완벽하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저 역시 몰입감 있게 봤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개연성이 약해지는 부분들이 보였습니다. 특히 방태섭이 남의운 시장 접대 영상을 확보한 후, 곧바로 기자회견을 여는 장면은 현실성이 떨어졌습니다. 실제로는 검찰 내부 보고 절차나 증거 확보 과정이 훨씬 복잡할 텐데, 드라마는 이를 지나치게 단순화했습니다.
또한 반전을 위한 반전이 과도하게 등장하면서, 오히려 몰입이 깨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양미가 방태섭을 협박하다가 갑자기 손을 잡는 듯한 분위기로 전환되는 장면은, 캐릭터의 일관성보다 극적 전개를 우선시한 느낌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급격한 태도 변화는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요소였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건, 제가 좋아하는 좀비물이나 액션 스릴러에 비해 직관적인 긴박함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심리전과 권모술수는 충분히 흥미로웠지만, 때로는 대사로만 진행되는 장면이 길어져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건 장르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정치 스릴러는 본질적으로 대화와 심리전이 중심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일부 캐릭터의 행동 동기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은 점도 아쉬웠습니다. 예를 들어 정보원 황정원(나나 분)이 방태섭을 돕는 이유가 단순히 '배우가 되고 싶어서'라는 설정은 다소 약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과거사나 동기 부여가 있었다면 캐릭터에 깊이가 더해졌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총평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이맥스는 2026년 상반기 한국 드라마 중 손꼽을 만한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배우들의 연기, 긴장감 넘치는 전개, 그리고 현실을 반영한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정치 스릴러나 미드 스타일 드라마를 좋아하신다면, 반드시 추천드립니다. 다만 강한 액션이나 직관적인 공포를 기대하신다면 약간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그 점은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디즈니플러스에서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에 공개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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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jC9pO0wZr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