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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뷰

넷플릭스 브리저튼 시즌4 리뷰 (베노피 로맨스, 뉴 휘슬다운, 시즌5)

by meowlab 2026. 4. 1.

브리저튼4 스틸컷


 저는 파트 1이 끝나는 순간 한 달을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습니다. 베네딕트가 소피에게 "정부가 되어 달라"는 말을 내뱉는 장면에서 화면을 끄고 싶었다가도, 결국 같은 장면을 두 번 더 돌려봤으니까요. 그만큼 파트 2를 향한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채로 기다렸습니다. 브리저튼 시즌 4가 완결된 지금, 베노피의 결말부터 새로운 레이디 휘슬다운의 정체, 그리고 시즌 5의 방향까지 제 시각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 시청 채널 : 넷플릭스

📜원작 : 소설 Bridgerton #03 : An Offer From A Gentleman

🕙 편성 : 미국  · 로맨스 · 8부작

🌞 출연진 : 루크 톰슨, 하예린

 

 

 

베노피 로맨스

 이번 시즌의 핵심은 역시 베네딕트와 소피, 이른바 베노피 커플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시즌 1부터 샬롯 왕비 외전까지 단 한 편도 빠뜨리지 않은 팬으로서, 이번 시즌이 선택한 신데렐라 플롯이 처음엔 조금 뻔하게 느껴졌다는 걸 솔직히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데렐라 플롯이란 신분 차이를 가진 두 사람이 오해와 시련을 거쳐 결합하는 서사 구조로, 로맨스 장르에서 가장 오래된 공식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막상 완결을 보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두 사람이 각자의 존엄을 지키면서도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이 제법 섬세하게 그려졌거든요. 베네딕트가 정부 제안이 얼마나 무너진 발언이었는지를 뒤늦게 깨닫고 강아지처럼 눈을 맞추려는 장면들은, 솔직히 웃기면서도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리젠시 시대의 계급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도 이번 시즌의 핵심 서사 장치입니다. 리젠시 시대란 19세기 초 영국에서 조지 4세가 섭정 왕세자로 통치하던 시기를 가리키며, 귀족 사교계와 결혼 시장의 관습이 가장 엄격하게 작동하던 시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처한 지금의 상황과 너무 달라서인지, 결혼 하나로 여성의 생존이 결정된다는 설정은 볼 때마다 답답함이 먼저 올라왔습니다. 그럼에도 그 답답함조차 드라마의 긴장감으로 소화해내는 브리저튼 특유의 힘이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었어요.

 계모 아라민타가 소피의 지참금을 갈취하고 절도죄로 감옥에 넣는 장면은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지참금이란 여성이 결혼할 때 친정에서 가져가는 재산으로, 당시 여성이 사회적·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습니다. 그 수단마저 빼앗긴 소피가 결국 페노드 백작의 혈연으로 사교계에 입문하고 베네딕트와 식을 올리는 장면은, 공식이 뻔해도 눈물이 나는 그 장르의 마법을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느껴졌는데, 시즌 4는 화려한 의상과 연회 장면에 공을 쏟은 만큼 인물의 내면 성장이 상대적으로 얕게 처리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특히 샬롯 왕비 외전에서 보여줬던 시대적 부조리를 정면으로 파고드는 깊이에 비하면, 이번 시즌은 좀 더 안전한 흥행 공식에 기댄 인상이었습니다. 그게 아쉬움으로 남는 건 사실이지만, 그 안에서도 소피가 존엄을 지키려는 선택들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시즌 베노피의 서사에서 주목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신데렐라 플롯을 차용하면서도 두 사람의 존엄을 서사의 중심으로 배치했다는 점
  • 계모의 지참금 갈취라는 현실적 장치로 계급 문제를 단순 낭만화하지 않으려 한 시도
  • 가족과의 절연까지 감수하는 베네딕트의 선택이 단순 충동이 아닌 내면의 전환으로 그려진 점

 

뉴 휘슬다운

파트 2에서 저를 가장 들뜨게 한 건 다름 아닌 "더 뉴 레이디 휘슬다운"의 예고였습니다. 페넬로페가 절필을 선언하고 샬롯 왕비마저 외로움에 잠긴 상황에서, 새로운 레이디 휘슬다운이 등장한다는 설정은 시즌 5를 향한 가장 강력한 미끼였습니다.

레이디 휘슬다운이란 사교계 가십을 익명으로 유포하는 가상의 작가 캐릭터로, 브리저튼 시리즈에서 서사의 흐름을 조율하는 내레이터이자 권력의 도구로 기능합니다. 익명성이라는 장치, 즉 신원을 숨긴 채 글을 유통하는 구조가 당시 여성이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는 점에서 이 캐릭터의 설정 자체가 상당히 유의미합니다.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을 보면 제각각 흥미롭습니다. 앨리스 몬드리치는 왕실 수행원이 되면서 정보망의 중심에 자연스럽게 편입되었고, 아라민타의 둘째 딸 호지는 페넬로페와 비슷한 방식으로 조용히 관찰하는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페더링턴가의 메이드 레이는 전직 레이디 휘슬다운의 수작업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한 위치에 있었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호지에게 가장 주목하게 됩니다. 억눌린 내면을 언어로 풀어내는 캐릭터 구조가 페넬로페와 너무나 닮아 있어서, 제작진이 의도한 연결고리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저 시대에 살고있다면?' 하고 상상을 해보았는데요, 아마 제가 휘슬다운이 되어있을것 같았어요. 관찰하고 글쓰는일이 매우 흥미로울것 같았습니다. 

 

시즌5

시즌 5에서 다뤄질 서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쇼러너 제스 브라운넬은 다음 두 시즌이 엘로이즈와 프란체스카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원작 시리즈인 줄리아 퀸의 소설 순서를 따른다면 엘로이즈가 먼저인데, 원작 다섯 번째 작품 "To Sir Phillip, With Love"에 기반한 이야기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엘로이즈는 이번 시즌에서 사랑 없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고, 원작에서는 필립 경과 편지로 호감을 쌓다가 직접 찾아가는 전개가 펼쳐집니다. 열정적인 기존 커플들과는 결이 다른, 이성적이고 동반자적인 사랑이라는 점에서 시즌 5는 꽤 다른 색깔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한편 프란체스카는 남편 존과 사별하고 사촌 미케일라와의 감정적 연결이 더욱 깊어지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 원작의 여섯 번째 작품 "When He Was Wicked"와는 다른 방식으로 각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넷플릭스는 브리저튼을 자사의 핵심 오리지널 IP(지식재산권) 중 하나로 관리하고 있으며, 시즌 5 제작은 2025년 3월 촬영 시작이 예정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시즌 4를 다 보고 나서 한 가지 드는 생각은, 결혼을 생존 전략으로 삼아야 했던 시대의 이야기임에도 브리저튼이 왜 지금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가입니다. 어쩌면 선택이 많아진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적 기대와 자신의 욕망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레이디 휘슬다운이 누가 될지, 엘로이즈와 프란체스카 중 누가 먼저 주인공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그 불확실함이 오히려 지금 이 시리즈를 계속 보게 만드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시즌 5 소식이 들어오면 다시 정리해볼 생각이고, 그 전까지는 시즌 4를 한 번 더 돌려보는 것으로 애간장을 달래볼 예정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b0-W_fCT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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